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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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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없이도  흐르는  냇물은 있지만 절벽 없이 떨어질 수 있는

폭포는 없듯이,  길손이 없어도 그리는 화가는 있지만

고객이 없이 만들어 재끼는 디자이너는 있을 수 없다.
손 있는 날이 우리 디자이너들에게는 길일이다.

 

대표 박인학

 

 

1(日), 10(火), 11(水), 20(金), 21(土), 30(月)일이 이번 11월 중에서는 소위 ‘손 없는 날’이란다.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해코지한다는 악귀가, 초하루와 이튿날은 동쪽, 사흗날과 나흗날은 남쪽, 닷샛날과 엿샛날은 서쪽, 이렛날과 여드렛날은 북쪽에 있고, 음력으로 9ㆍ10ㆍ19ㆍ20ㆍ29ㆍ30일은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손이 없단다. 쯧쯧쯧 안 됐네… 귀신도 이리 규칙적으로 바삐 살아야 하는 줄은 몰랐었네!
이삿짐센터의 달력에는 ‘손 없는 날’들이 뻘건 색깔 숫자로 박히고 그 옆에는 1톤짜리 트럭의 이미지가 껌정색으로 놓여 있다. 그 어떤 일보다고 손이 많이 가는 게 이사이건만, (원래 ‘손’의 의미는 ‘손님’이라지만) 도대체 하필이면 왜 ‘손 없는 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성주단지를 뒤집어놓아도 집안에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는다.’, ‘시신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게 ‘손 없는(無防守)’ 날이라고는 하나, 이것이 이사하는 사람들의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 즉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하고, 포털 속에 기거하시는 여러 도사님의 설(說)들도 분분이니, 결론은 믿거나 말거나? 더욱이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맞는 날이라 볼 수도 없으며, 개인에 맞은 이사날짜를 정하시는 게 최선입니다!”라 하시는 매우 합리적 도사님 말씀도 있으니, 회사 눈치 살피며 일기예보나 열심히 보는 게 제일 나을 성 싶다.

 

“You know what luck is? Luck is believing you’re lucky. 행운이 뭔 줄 아나요? 당신이 운이 좋다고 믿는 게 행운입니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가 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중에 나오는 말이다. 손이 없다 함은 특별한 행운이 없다는 정도지, 결코 불행하다는 말은 아닌 듯싶다. 세상에는 행(幸)을 향해 행(行)하는 사람과 행(幸)을 두고도 불행(不行)하는 사람만이 있지, 불행(不幸)한 사람은 결코 없단다. 더군다나 ‘행(幸)’이란 字가 ‘일찍 죽을, 요(夭)’와 ‘거스를, 역(屰)’의 합자(合字)라는 걸 보니, 생명을 부지하고 살아있기만 해도 행복한 거라 여겨야 하겠다.

 

“다시 태어나도 나랑 다시 결혼할거야?” 예능프로그램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대화이다. ‘다시 태어나면?’ (잠시 생각)
그래! “다시 이대로 살고 싶다!” 그만하면 행복했고, 그만하면 감사할 것뿐이었다. 물론 몇(?) 가지는 바꾸고 싶은 게 없는 바는 아니지만, 아둔한 나로서는 만일 그것들이 없었다면 행복이 무엇이고 감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 했을 것이다. 우리는 불행 뒤에 나타나는 행복만을 느끼며 살고 있지, 일상적인 행복에 대해서는 아무 감동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얼마나 감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단다. 그리고 행운이 안 나타나면, 사람들은 요행이라도 기다린다. 그러나 그 요행은 불행의 안내자일지도 모른단다. 그러니 행복과 불행이라는 고갯길의 오르내림을 당연한 세상살이라 여기고 살아보자. 행복·불행, 복불복이 아니던가!

 

서민을 위한 행복의 화신, 로또!
35,978,524,114,000원! 눈알만 돌고 얼른 감이 안 올 테니, 대충 36조원쯤이 현재인 673회까지의 총판매금액이란다. 그 돈들을 갖다 바치고 1등에 당첨된 사람은 4,115명이고, 평균은 20억 원 정도이나 최고금액으로는 40,722,959,400원, 400여억 원을 타간 사람도 있었단다. 하지만, 801,923분의 1이라는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보다 희박하고, 4,289,651분의 1이라는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더 힘든, 8,145,060분의 1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확률의 게임에 도전하면서 행운이란 단어를 들먹인다. 이건 행운은 고사하고 기적적인 천운(天運)의 수준을 넘는 게 아닌가? 로또 홈페이지에는 이런 슬로건이 자그마한 글자로 적혀 있다. ‘희망은 나눔이 되고, 나눔은 행복이 됩니다’ 결론인 즉은, 그저 나눠주는 행복을 원하는 사람만 사 보라는 것 같다.

묵묵히 열심히 일한다. 긍정적인 사람을 주변에 둔다.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지나친 고민은 삼간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남의 험담을 하거나 비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성보다 마음이 원하는 쪽을 따를 때도 있다. 계획이 아니라 목표에 집중한다. 계획은 바뀔 수 있다. 행동에 옮긴다. 누구를 만나든 스스럼없다. 오늘의 일에 집중한다. 이들도 좌절과 실패 때문에 상처받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 호기심이 넘친다. 성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사할 줄 안다.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마지막으로, 운 좋게 태어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미국의 홍보전문가인 밥 미글라니(Bob Miglani)가 말하는, ‘늘 성공하는 운 좋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20가지 비밀’이란다.
화가 치민다. 이게, 무슨 비밀이란 말인가? 이게, 어떻게 운 좋은 사람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사는데, 어떻게 성공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행운의 여신은 준비하는 자의 편이란 말이 있듯이, 이 ‘비밀의 인물’은 운이 굴러들어온 게 아니라 운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물길 없이도 흐르는 냇물은 있지만 절벽 없이 떨어질 수 있는 폭포는 없듯이, 길손이 없어도 그리는 화가는 있지만 고객이 없이 만들어 재끼는 디자이너는 있을 수 없다. 손 있는 날이 우리 디자이너들에게는 길일(吉日)이다. 손(客)이 있어야 손(手)을 놀릴 수 있는 게 우리 디자이너이다. 물론 손님도 손님 나름이긴 하지만, 문전성시는 고사하고 박리다매 장사도 절박하다는 게 요즈음의 시중판세란다. 특히 그 개중에는 지질히 운도 없는 팔자라 여기는 이도 많을 것이다. 남들은 다 운이 좋아서, ‘돈 잘 주는 고객’, ‘믿고 맡기는 고객’, ‘여유로운 고객’, 심지어는 ‘멋지고 예쁜 고객’들만 찾아드는 것 같겠지만, 아마 몇몇 안 되는 그들에게도 하루아침에 그런 고객들이 하늘에서 ‘뚝’하니 떨어진 것은 아닐 게다. 모진 고생 끝에 온 낙일 테고, 눈물이 마르고 말라 더 이상 흐를 눈물도 없을 때 나타난 귀인이었을 것이다.

 

하잘것없는 내 역량이나 보잘것없는 나의 여건보다 중요한 건, 내가 담겨 있는 우리라는 울타리이다. 그 안에는 길흉화복(吉凶禍福)과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다 흐트러져 있을 게다. 원래 ‘운(運)’이라는 字가 ‘움직인다’는 뜻이라니, 언젠간 내게도 그 복운이 찾아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날만 넋 놓고 기다리느니, 그 운이란 놈을 좇아 달려보자. 잔머리 굴리며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느니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내 운수소관(運數所關)에도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찾아들지 않겠는가⋯
백년가약이라던 저 사랑들도, 강기슭 더넘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더라. 하물며 하루의 일진(日辰) 쯤이야 갈바람에 가랑잎 구르듯 제 멋대로 흩날리지 않겠는가.
유대경전 주석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얘기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왕에게 바쳐진 반지에 새겨 넣은 솔로몬이 글귀가 떠오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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