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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백주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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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끼리 까놓고 얘기 좀 해 보자. 디자인 분야는 과연 착한 산업인가?
 아마, 십중팔구, 길을 막고 물어봐도 착하다고 끄덕여주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럼, 그렇다고 소위 대박 났다는 디자이너라도 잔뜩 있는가 하면,

그도 아닌 듯싶다.
욕은 욕대로 먹고, 실속도 없는 게 우리의 디자인계인 것이다.

발행인 박인학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라는 책을 낸 전략 권위자 서울대 김현철 교수가 공개하는 저성장기의 돌파 전략에 대한 일성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불경기 뒤에는 호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낡은 발상을 버리라는 역설적인 주창이었다. 물론 ‘경제가 아무리 저성장기에 접어들더라도 성장하는 기업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과 방법이 있음’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는 있으나, 일단의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성공의 기억을 버려라!”
한때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아시아의 용’이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 ‘KOREA’이었건만, 지난 2015년에는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하며 2011년 이후 4년간 지속돼 온 무역 1조 달러 달성마저 실패했다. 1964년에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1월 30일을 무역의 날로 제정했다가, 2012년에는 무역 1조 달러라는 금자탑을 이루며 12월 5일로 날짜까지 변경했건만, 그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또한 최근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 경제의 1등 키워드로 ‘구조적 저성장’이 뽑히며, ‘다이나믹 코리아’의 찬란한 위용은 마치 전설 속의 용과 같은 몰골이 되고 말았다. 전 세계는 보이지도 않는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에 휩싸여 있고, 우리의 돈줄이었던 중국마저도 스스로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의 고도성장기가 끝났음’을 자인하는 ‘신창타이(新常態:신상태)’란 시진핑의 한 마디와 함께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이 ‘신창타이’라는 말의 어원이 총 750조 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핌코의 공동 최고경영자였던 엘 에리언(Mohamed El-Erian)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 ‘뉴 노멀(New Normal)’의 중국판임을 볼 때에, 어찌 보면 이제까지가 ‘Abnormal:비정상’이었고 현재의 이 상태가 진정한 ‘Normal:정상’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서기1년의 세계인 1인당 평균소득이 10달러라고 하고 1년에 1%씩 경제성장을 했다면, 2015년의 소득은 1억4천4백만 달러가 되었어야 합니다. 즉 1% 이상의 경제성장을 한 것은 20세기 이후만의 아주 짧은 기간이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매년 제시해주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한 이야기였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 넘는 속도로 신나게 내달리다 국도에 접어들며 느낄 수밖에 없는 그 답답함에 우리는 휩싸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하고 계속 엑셀 페달을 밟아댄다면,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나는 과속단속카메라에 찍히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분과 열을 못 참아 술까지 걸치고 차를 몰아간다면, 결국 면허취소라는 종말을 맞게 될 게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뱃사람들은 북극성을 향해 돛을 매달았다. 북극성까지 가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북극성만이 흔들리지 않고 우리를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간절한 꿈은 우리를 어디로든 이끌어준다. 그러므로 지금 잠시 웅크린 채 표류하고 있을지라도 북극성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김난도 교수의 신서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의 한 구절이다.

 

다 좋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런 멋들어진 말들 말고, 좀 쉬운 얘기로 “너! 무조건 이렇게 해!”라고 명하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던 혹자 중에는, ‘박인학이가 뭔가 속 시원한 결론이라도 내려주겠지⋯’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미치고 팔짝 뛰겠는’ 심정은 나도 매일반이다. 그래서 항상 내게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 ‘사전’이란 어른이시기에, 또 어쩔 수 없이 ‘저성장’ 중의 ‘저(低)’ 字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低! ‘사람  ’과 ‘숙일 ’의 합자로 ‘사람이 몸을 구부리거나 낮춰 근본을 보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글자란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모습을 보아하니, 몸뚱이는 이미 자의반타의반으로 숙여진 듯한데 근본을 보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자꾸 뒤만 돌아보고 있었다. 다음은 ‘성장(成長)’을 찾아 나섰다. ‘成’은 ‘창 戈’과 ‘장정 丁’의 합자로 ‘무기를 든 젊은이’를 뜻하는 글자이며, ‘長’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의 상형이란다. 노인의 경륜과 젊은이의 용기가 합해져야 이뤄질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었으나, 지혜는 부족하고 힘은 어느새 소진된 나의 긴 그림자는 이미 땅바닥에 길게 드리워 있었다.

 

‘Tiger in Winter, 먹거리 없는 한겨울의 호랑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경제를 두고 내린 진단이다. 그런데 이 경제난국의 와중에 떠돌아다니는 괴이한 단어가 하나 있었다.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마케팅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사익(私益)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公益)을 동시에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 그것이다. 외국의 거창한 사례는 접어놓고라도, ‘착한 빵’이란 문구가 적힌 제품 두 개를 소비자가 구입하면 단팥빵 하나를 복지시설 등에 전달하고 있는 뚜레쥬르의 기부사업이 그 본보기이다. 언뜻 대기업에서 벌린 일이니 또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 하며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혹여 지난 연말을 지내며 ‘사랑의 열매’ 하나 안 달아봤고 구세군냄비에 동전 한 닢 안 넣어봤으면, 제발 그 입은 다물도록 하자.

“값이 착해!” 언젠가부터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일컫는 말이 되고 말았다. 어렵게 살다 보니, 일단 돈만 덜 받으면 착한 것이고 좀이라도 비싸다 싶으면 나쁜 놈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끼리 까놓고 얘기 좀 해 보자. 디자인 분야는 과연 착한 산업인가? 아마, 십중팔구, 길을 막고 물어봐도 착하다고 끄덕여주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럼, 그렇다고 소위 대박 났다는 디자이너라도 잔뜩 있는가 하면, 그도 아닌 듯싶다. 욕은 욕대로 먹고, 실속도 없는 게 우리의 디자인계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착하다!”는 말 들으며 시작해 “고맙다!”는 말로 끝맺는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챙길 것은 챙겨 가면서⋯)

 

POP Design! 이렇게 불러봤다. ‘Popular’이 그 어원으로, ‘알기 쉽고, 인기 있는 작품’이란 의미의 ‘대중음악’을 말하는 것임은 모두 다 알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디자인은 너무 ‘비(非) 대중’ 아니 ‘반(反) 대중’적이다. 마치 ‘대중적’인 것은 저급한 통속인 냥 치부하며 일반대중들이 감히 상상도 못 할 것만이 ‘독창적’인 거라 자부하는 듯하다. 작업의 질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작업 대상조차도 ‘비(非) 반(反) 대중’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들이 태반이다. 공간디자인의 대상은 ‘생활공간’ 모두이다. 내로라하는 전문셰프인 이원복, 최현석, 샘킴 등보다 왜 요리사도 아님을 자인하는 ‘슈가보이’ 백종원의 인기가 더 드높은지를 생각해 보자. 백주부! ‘사모님’이 하실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줌마들’도 할 수 있는 실생활 속의 찬거리를 주무르고 있다는 ‘팩트’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미안하지만 이 어려움의 끝이 언제까지일지는 도통 모르겠으니, 이 내리막길에서는 산삼만 찾으려 말고 약초뿌리 아니 나물이라도 캐가며 내려가 보자. 요즘 고사리 값이 장난이 아니다. “아줌마들 앉아 있으면 나는 서 있으면 되고, 아줌마들 걸어 다니면 나는 뛰면 돼! 아줌마들 안 나와 있으면 나는 나와 있으면 되고, 아줌마들 퇴근한 다음에 나는 나가면 돼!” 요즘 더없이 잘 나가시는 백종원님이 하신 말씀이다. 갈 之 자로 하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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