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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지만… “하시죠!”

천생연분  함구하자.  결혼은,  ‘사랑했기에’ 맺어지는 끝이 아닌,

‘사랑하려고’ 돋아나는 시작이어야 한다.
일심동체 함구하자. 결혼은, 인위적 결합이 아닌,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자연스런 융합이어야 한다.
유비무환 함구하자. 결혼은, 미리 쌓아놓고 빼먹는 소모가 아닌,

하나씩 채워나가는 축적의 발전과정이어야 한다.
만사형통 함구하자. 결혼은, 희희낙락만이 아닌,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헤쳐 가는 여느 일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애지중지 함구하자. 결혼은, 주고받는 사랑이 아닌,

서로간의 짝사랑일 때에 가장 행복하다는 오묘한 진리를 알아야 한다.

 

발행인 박인학

 

걱정도 팔자라 하려나? 우리나라의 2016년 인구는 50,801,405명이지만, 2030년 5,216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 보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란다. 더군다나 ‘전체인구를 연령순으로 세워 균등하게 2등분한 수치’라는 중위연령은, 2000년에 이미 31.8세로 30세를 넘어서더니, 2014년엔 40세를 넘고, 2040년에는 52.6세가 될 거란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수는 1985년만 해도 66만 가구로 전체가구의 6.9%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506만 가구로 4배나 증가해 27.1%에 달할 뿐 아니라, 2035년에는 34%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는 결혼을 미루며 독립하여 혼자 사는 젊은 연령층과,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노인들의 증가가 그 이유란다. 더욱이 결혼에 대한 인식변화 자체도 크게 달라져, 초혼연령이 2014년 남자 32.4세, 여자 29.8세로 꾸준히 높아짐은 물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마저도 56.8%로 급감할 뿐 아니라,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율은 44.4%로 감소하고, ‘이혼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율은 39.9%로 증가일로란다. 결론인 즉은, 전체 인구는 줄고 노인인구만 늘어나고 있으며, 결혼도 안 하겠다더니 그나마 결혼한 커플도 신혼이건 노부부건 할 것 없이 하루 평균 316쌍씩 나서서 이혼도장을 찍는다니, 결국 혼자 늙어가며 살겠다는 게 우리나라 오늘의 자화상이다.

 

좌우지간 일 년 중에 결혼하기에 가장 좋다는 5월이 되었다. 주말 오후의 12시, 2시, 4시는 말할 나위 없고 주중도 가릴 것 없이 쏟아져대는 축의금 폭탄에 울상을 짓기 일쑤이지만, 당사자로서는 (일단은?) “평생에 한 번!”을 운운하며 치르는 인륜지대사라 하니, 만면의 웃음을 머금고 겨자를 삼키는 수밖에 없는 연례행사의 시즌이다.
‘5월! 왜?’ 또 그놈의 고질병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도졌다. 물론 5월이라 하면,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줄줄이 늘어선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이란 칭송까지 받는다는 건 익히 잘 아는 바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대한민국의 ‘결혼성수기 5월 론(論)’에 대한 입증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동서고금을 뒤진 천신만고 끝에 알아낸 ‘5월의 신부 설(說)’에 대한 유래는, 굳이 둘러대자면 그나마 양력이 아닌 음력으로나 해야 앞뒤를 맞출 수 있을 법한 황당무계한 사실무근의 내력이었다. 일단, 서양에서는 결혼날짜를 잡는 데 있어서의 우선요건은 요일이었다. 19세기까지의 속설에 의하면, 월요일은 건강을 주고, 화요일은 부가 생기며, 수요일의 결혼은 최고의 길일인데 반해, 목요일은 손해를 입고, 금요일은 고생문이 훤하며, 토요일의 결혼은 최악의 운세인 날로 여겼단다. 그 수요일들 중에서도 최고인 달로 여기는 것은 단연코 6월이었는데, 이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주피터의 아내이자 결혼한 여성의 수호신인 ‘주노(Juno)’에게 받쳐진 달이 바로 ‘June, 6월’이기 때문이란다. 즉 우리의 ‘5월의 신부’가 서양에서는 ‘June bride, 6월의 신부’였던 것이다. 하기야 이런저런 전설야화 같은 이야기는 말고라도, 음습한 구라파의 날씨를 볼 때에 우리 5월의 화사함 정도에 미치려면 6월의 햇살로도 부족한 것이 그 밑에 깔린 곡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결혼을 왜 안 하려 하는 것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ㆍ고령화 대응 관련 국민욕구 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남녀 260명 중 35.9%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자기발전 등을 위하여’라고 답했고, 이어서 ‘집장만이 어려워서’(14.8%), ‘고용이 불안정해서’(12.7%), ‘결혼생활과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어서’(11.8%) 등의 순이었다. 그럼, 결혼을 안 하면, 자기발전도 되고, 멋진 집과 만족할 만한 직장도 생기며, 혹시 연애하는 게 결혼생활보다 쉽다 여기는 건지 되묻고 싶다. 물론 결혼이란 개인적 선택이지 사회적 강요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기성사회와 신진사회의 근본적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은 든다.

 

주례사의 변화를 그 시발점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신랑신부와 일면식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단지 사회자가 소개할 스펙이 그럴싸해 보일 뿐이지 신랑 아버지와도 서먹한 명사 분께서 하신다는 말씀이라고는, 신랑 신부의 대학과 직장 나열에 이어, 고리타분한 “자고로~”로 시작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으로 마치는 ‘사자성어 뜻풀이’가 고작이니, 새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는 케케묵은 시작이 되고 마는 것이다.
天生緣分, 천생연분 함구하자. 결혼은, ‘사랑했기에’ 맺어지는 끝이 아닌, ‘사랑하려고’ 돋아나는 시작이어야 한다.
一心同體, 일심동체 함구하자. 결혼은, 인위적 결합이 아닌,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자연스런 융합이어야 한다.
有備無患, 유비무환 함구하자. 결혼은, 미리 쌓아놓고 빼먹는 소모가 아닌, 하나씩 채워나가는 축적의 발전과정이어야 한다.
萬事亨通, 만사형통 함구하자. 결혼은, 희희낙락만이 아닌,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헤쳐 가는 여느 일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愛之重之, 애지중지 함구하자. 결혼은, 주고받는 사랑이 아닌, 서로간의 짝사랑일 때에 가장 행복하다는 오묘한 진리를 알아야 한다.

 

은혼식이라는 해를 맞은 지도 몇 년이 지난, 삼십여 년을 부부로 살고 있다. 이쯤 살며 배운 것 하나는, 어찌 보면 ‘LOVE’보다 ‘LIVE’가 더 아름답더라는 것이었다. 백년을 두고 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라는, 백년가약(百年佳約)? 그래,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게다. 영화에서나 보던 사랑타령만 하며 한평생을 해로한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그 사랑이라는 게 핑크빛만은 아니더라. 누런 사랑도 있고, 잿빛 사랑도 있고, 빛바랜 사랑도 있고…
색이란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물리적 현상’이라 정의한다. 즉 빛이 없이는 색도 없다. 어찌 보면, 이 세상의 칠정(七情)이라는, 기쁨(喜)ㆍ노여움(怒)ㆍ슬픔(哀)ㆍ즐거움(樂)ㆍ사랑(愛)ㆍ미움(惡)ㆍ욕심(欲), 모두가 우리의 한평생을 내리비춰 사랑을 만들어주는 귀한 빛들이다. 그리고 그 빛이 낳은 색들의 진가를 발휘하게 하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May’가 원흉인가? 갈수록, 결혼율은 내리막길, 이혼율은 오르막길이란다. 결혼의 핫시즌이라는 ‘5월, May’의 동음이의어가 ‘~일지도 모른다’는 뜻의 어영부영한 조동사이다 보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니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세태가 되었나 보다. 올해 5월의 일정표를 보아 하니, 토요일이자 ‘부부의 날’이라는 ‘21일’에는 삼시세끼 뷔페를 먹으며 동분서주할 팔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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