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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내게 거짓말을 해봐

현대라는  시대  속을  사는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들은
공간 안에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 허위를 가하는 거짓말쟁이들이다.
빛을 가리고 조명기구를 달고, 줄눈을 퍼티로 때워 한 판인 냥 펼쳐놓고,
1㎜도 안 되는 무늬목을 발라 통나무인 척 자랑하고, 콘크리트기둥 위에 2㎝ 짜리 석판을 붙여 돌덩어리라 우겨보고,
명주실 한 가닥도 들어있지 않은 걸 놓고 실크벽지라 불러대고…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발행인 박인학

 

역시… ‘내~편’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2016 소비자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최근 3년 5개월간 국내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5억3000만 건을 토대로 추출한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니, 한국인이 가장 못 믿는 사람은 ‘남편’이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의 ‘아내’는 10위권에도 없었다. 또 ‘남편’에 이어, 2위는 친구, 3위 직원, 4위 엄마, 5위 아이, 6위 의사, 7위 아들, 8위 아빠, 9위 가족, 10위 남자친구의 순으로 의심을 많이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서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 부문의 1위는 ‘친구’였고, 2위는 엄마, 3위 남편, 4위 남자친구, 5위 아이, 6위 부모, 7위 대통령, 8위 아빠, 9위 자식, 10위 가족의 순이었다. 남편의 일심동체인 아내의 또 다른 이름 ‘엄마’는, “대학 가면 예뻐진다!”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 줄게…” 등의 예쁜(?) 가짓부렁 덕분에 거짓말 부문 2위에 오른 것이란다. 여하튼 대한민국의 남정네들은 ‘아빠’라는 직함으로도 의심받는 타깃 8위에 올랐을 뿐더러, 거짓말 부문에서도 ‘남편’의 명의로는 3위, ‘아빠’의 명의로는 8위를 차지해, 한국의 결혼한 성인남성은 아내와 자식 모두에게 신뢰를 받고 있질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귀신같은’ 아내와 ‘도깨비같은’ 아들딸들은 남편과 아빠를 절대 믿질 않지만, 세상살이를 하며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그 남편들은 아내와 딸아들을 무조건 믿고 산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세상물정도 모를 것 같은 4살 아이도 2시간에 한 번씩, 6살 아이는 90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단다. 또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몸에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하루에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조사한 결과, 평균 200회가 나왔다니 8분에 1번씩 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 보다 훨씬 와 닿는 거짓말에 대한 통계의 최고봉은, 역시 블로그 안에 있었다. 20위부터, “에구~ 괜찮은데…”라며 자리양보 받은 할머니. 19위,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경찰서 입구의 간판. 18위, “여러분이 적극 동참하면 일찍 귀가시켜드립니다.”라는 예비군훈련장 교관. 17위, “방금 출발했습니다.”라는 배달음식점 사장. 16위, ‘전국에서 제일 싼 집’이라는 휴대폰가게 현수막. 15위, “독신으로 살겠다.”라는 노처녀. 14위, “공부 하나도 안 했다.”라는 우등생. 13위, “이 주사는 안 아파요.”라는 간호사. 12위, “어머,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라는 여자. 11위, ‘전원 취업보장! 전국 최고의 합격률!’이라는 학원광고. 10위, “승객 여러분,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비행기조종사. 9위, “그냥 친한 친구 사이예요.”라는 연예인. 8위,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간단히…”라는 교장 선생님. 7위,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라는 절친. 6위, “이거 밑지고 파는 거예요”라는 장사꾼. 5위,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라는 아파트 분양광고. 4위, “그저 학교수업에 충실했을 뿐이에요.”라는 수능수석. 3위, “당선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국회의원. 2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라는 정치인. 1위, “국민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섬기겠습니다.”라는 대통령 후보. 너무 많은 듯해 몇 개만 추려 전하려 했지만, 어느 하나 내려놓을 것이 없는 모두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 것뿐이기에 ‘재미없는’ 1,2,3위까지 적고 말았다.

 

대놓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있었지만, 모든 드라마들은 출연진만 모른 척하며 파헤치는 온갖 거짓말들의 진실공방 실황중계방송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인테리어디자이너들의 작업 역시도 거짓말의 집대성으로 보인다. 낡고 썩은 것을 가리고, 덧붙이고, 칠하고, 꾸미고는, 작품활동이랍시고 짭짤하게 돈까지 챙긴다. 하기야 온갖 문화예술 자체는 그럴듯하게 둘러대 봤자 소위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쯤 일 것이다. 이에 내놓고 실토한 이들도 있었으니, 20세기의 미술을 지배했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도 “예술은 진리를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라 했고,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 살았으나 입체파 초기의 혁명적 실험정신을 선도했던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조차도 “예술은 혼란만 주는 것이다.”라 더했으며, 심지어 21세기 예술의 지평을 연 백남준마저도 “예술은 사기다!”라는 격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이렇듯 서양에서는 거짓말을 ‘악의와 선의’로 양분되는 ‘블랙(Black) & 화이트(White)’로만 나누는 데 비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새빨간’이란 거짓말이 있었다. 즉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뜻의 이 거짓말에는 ‘불을 보듯~’이란 말까지 덧붙여져 금방 탄로가 날 파렴치한 거짓말을 이른다. 아마 잔금도 채 받기 전에 하자가 발생해 옥신각신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철면피들을 가리키는 말일 게다.

 

거짓된 행동을 이르는 위선, 위증, 위조 등에 쓰이는 ‘거짓 위 僞’ 字는 ‘사람 인  ’에 ‘일할 위 爲’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가 ‘거짓’이란 의미인 것이다. 또 ‘거짓 위’의 다른 字인 ‘’ 역시도 ‘입 구 口’에 ‘일할 위 爲’로 되어, ‘입만 벌리면’ 거짓뿐인 게 천생의 인간인 듯. 뜻글자인 한자(漢子)와 비견하면 왠지 초라해 보이기도 한 것이 영어인지라 혹시나 하고 말장난이라도 없는지 찾아보았더니, 그럴 듯한 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짓말, Lie’의 ‘Li’와 ‘e’ 사이에 ‘f’를 끼어 넣은 게 ‘Life’이고 보니,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 거짓에 대한 불가항력론(論)’을 입증하는 게 아닌가?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에게 바쳐진 파르테논신전의 도리아식 돌기둥은 사뭇 돌덩어리였고, 일곱 칸의 절경을 담고 있는 병산서원 만대루의 기둥은 오롯이 통나무였다. 그러나 현대라는 시대 속을 사는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들은 공간 안에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 허위(虛僞)를 가하는 거짓말쟁이들이다. 빛을 가리고 조명기구를 달고, 줄눈을 퍼티로 때워 한 판인 냥 펼쳐놓고, 1㎜도 안 되는 무늬목을 발라 통나무인 척 자랑하고, 콘크리트기둥 위에 2㎝ 짜리 석판을 붙여 돌덩어리라 우겨보고, 명주실 한 가닥도 들어있지 않은 걸 놓고 실크벽지라 불러대고…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거짓말의 정의에 대한 철학적 사상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그 결과와 관계없이 ‘속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 거짓의 표명’ 모두는 다 죄로 간주된다는 주장과, ‘타인을 해치는 도덕적 허언’만이 거짓이라 간주하는 바움가르텐의 논리이다. 우린, 354년생으로서 <고백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보다는, 1714년생으로 ‘미학(Aesthetica)’이란 단어를 창시한 바움가르텐의 철학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적 치장에 의한 심적 치유’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허풍선이임은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눈 가리고 아웅’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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