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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하자! 울 아재들아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남자에게는 의무인 것이

여자에게는 권리인 게 적지 않은 세상이란 것은 인정한다.

불만도 많을 게다. 하지만, 권리란 능력을 갖춘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 자부하자. 남의 눈치나 보고,

남 같이 되고자만 하고, 남의 탓만 하는 남자가 되지는 말자.

뒤를 돌아보고 옆을 둘러보고 앞을 내다보고, 나를 보자.

“하자!”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다.

박인학│발행인


 

“몰랐지?” 글쎄, 11월 19일이 ‘국제 남성의 날(International Men's Day)’이란다. 이런 논제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요즘 같은 공처가, 기처가, 경처가, 종처가…들만 사는 엄처시하(嚴妻侍下) 시국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아재’로서의 망발이라는 것은 잘 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1908년에 시작되어 1975년에는 UN에서 공식제정까지 이룬 ‘여성의 날’은 매년 3월 8일, 기념식과 축제, 문화제, 거리행진 등을 벌일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말엽에 ‘여권통문(女權通文)’을 공표한 1898년 9월 1일을 기리는 ‘한국 여성의 날’까지 만들었단다.

‘남권통문’이라도 읊어야 할까? ‘21세기의 남존여비’를 두고, ‘男存女飛, 남자는 존재만 하고, 여자는 날아다닌다.’라 하더니만, 요즘은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함, 또는 여자의 비용을 대기 위함, (심지어는 ⑲) 여자가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함’까지 추가되었단다. 여하튼 TV를 보나 신문을 펼쳐드나, 남자는 ‘힘만 쓰는 무지한 놈’ 아니면 ‘돈만 쫓는 나쁜 놈’뿐이거나 ‘출세만 바라는 치사한 놈’으로만 가득하다. 하기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만 듣고 산 놈들이 태반이다 보니, ‘바쁜 남자’ 아니면 ‘나쁜 남자’로 살다 가는 것을 타고난 팔자로 여기는 듯싶다. 하기야, 나 역시도…

“슬프도다. 전일을 생각하면 사나이의 위력으로 여편네를 압제하려고 한갓 옛날을 빙자하여 말하되 여자는 안에 있어 밖을 말하지 말며 술과 밥을 지음이 마땅하다 하는지라. 어찌하여 사지육체가 사나이와 일반이거늘 이 같은 압제를 받아 세상 형편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 모양이 되리오.” 118년 전에 외쳤다는 ‘여권통문’ 후미의 한 구절이다.
언제까지나 “이리 오너라!” 하고 헛기침이나 하며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던가? 조상만 믿고 기고만장했던 이 땅 남자들의 자멸은, 불알 두 쪽만 달았으면 일단은 우위라 여겨 온 한심한 화상들이 스스로 자초한 낙착이었다. 꺼떡하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이거늘…”하고 호통이나 치며 감히 견주지도 못 할 임금과 나란히 하고자 했던 안이한 그 남정네들의 세상은 강 아니 저 태평양을 건너간 지 오래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남(男)자의 위세는 밭(田)에서 힘(力)이나 과시하며 쟁기와 낫 들던 시절에나 존재했지,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농사짓는 오늘에는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저 다른 성별을 가진 한 인간일 뿐이다.

올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41명의 합격자 중 29명이었던 여성 합격률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고, 최고득점자와 최연소합격자 역시도 여성이었다. 남성 합격자는 12명이었지만, 그 중 3명은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선발된 추가 합격자였다. 5명 이상의 공무원 선발시험에서 한쪽 성(性)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때, 해당 성의 응시자 중 일정 성적 이상인 사람을 추가로 합격시키도록 한 제도 덕택이란다. 2005년 외무고시 이래 2006년과 2009년만 제외하고는 여성 합격률이 계속 50% 이상이었으며, 지난 8월 12일 발표한 9급 일반공무원 임용시험 교육행정직렬과 사서직렬에서도 남성 합격률이 30% 이하로 떨어져 남성은 추가로 합격되는 영광스러운(?) 은덕을 맛봐야 했단다.

고리타분하게, 남자와 여자의 높고 낮음이나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하지만, 나이 드신 남자들의 주가는 폭락하고 젊은 여자들의 주가만 연일 급등하는 게 실황이다. 더욱이 여성의 심기일전(心機一轉) 상승세에 비해 남성들은 의기소침(意氣銷沈) 하락세에 빠져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실상이다. 아내가 돌려놓은 드라마 속에서 허허실실로만 사는 남편들을 보나, 노가리 둬마리 구어 놓고 잔이나 부딪고 있는 호프집 옆 테이블의 아저씨들을 보나, 파운데이션, 아이라인, 립스틱으로 떡칠하고 제 멋이라며 돌아다니는 총각들을 보나, 모두가 하나같이 ‘고개 숙인’ 남자들뿐이다. 어쩌면, 이 시대에 솟구친 뿌리 깊은 봉건적 가부장사회의 붕괴에 의한 남성들의 심리적 위축이, 현재 우리나라에 깊이 물든 무기력함과 우울함의 원흉이라는 생각이다.

남자들아! 우리 남자들의 책임이다. 더없이 자랑스럽게 굳건히 살아오신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형님들이 계시지 않더냐! “그때가 좋았지~”하는 신세한탄일랑 그만 접고 일어서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들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등바등하며 부추기는 모습이고, 남자들은 허둥지둥하며 흔들리는 모양이다. “오빠!”라면 좋다며 헤벌레하고 “아저씨!”라면 싫다고 시큰둥하는 연령파악 불능형. 어려 보이면 “언니!”라 부르고 좀 들어 보이면 “언니야!”라 부르는 성별정체 불능형. 좀 있어 보이면 “사장님!” 하고 없는 듯하면 “어~이!” 하는 처신대처 불능형. 온갖 주제파악 불능자들이 바로 이 시대의 남자들이다.

남녀유별(男女有別)? 그러고 보니 인간의 남녀란 단어만 유독 ‘男’을 앞에 두었지, 짐승의 암수나 자웅(雌雄), 천지의 음양(陰陽), 모두 다 ‘女’를 앞에 두었고, 마이크 든 사람의 일성인 “신사숙녀 여러분!”도 “Ladies and Gentlemen!”이라 들은 듯싶긴 하다. 여하튼 상하의 차별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사이에 좌우 분별이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광(光)에도 암(暗)이 있어야 명(明)도 있고, 선(線)에도 단(短)이 있어야 장(長)이 있고, 면(面)에도 협(狹)이 있어야 광(廣)이 있으며, 형(形)에도 저(低)가 있어야 고(高)도 있다. 밝고 길고 넓고 높은 게 좋은 것만도 아니고, 어둡고 짧고 좁고 낮은 게 나쁜 것만도 아님은, 소위 디자인을 한다는 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바일 것이다. 하다못해 종살이를 한다 해도, 남자 종은 땔나무를 지러 가고 여자 종은 물을 길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가 해야 할 일은 분명 다른 것이지 결코 더 낫고 더 못한 게 아니다.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살아가자!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반만 년 동안 요지부동이었다는 우리나라에서, 이 가을의 하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푸르고 깊기만 하건만 땅은 온 세상을 뒤흔들어대고 있다.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남자에게는 의무인 것이 여자에게는 권리인 게 적지 않은 세상이란 것은 인정한다. 불만도 많을 게다. 하지만, 권리란 능력을 갖춘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 자부하자. 남의 눈치나 보고, 남 같이 되고자만 하고, 남의 탓만 하는 남자가 되지는 말자. 뒤를 돌아보고 옆을 둘러보고 앞을 내다보고, 나를 보자.“하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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