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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미안하지만, 어려울 게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적에게 당하고,

과학적으로 기계에 지고,

국제적으로 세상에 놀라고,

환경적으로 자연에 흔들리고,

정치적으로 나라님에게 속고,

외교적으로 친구에 채이며 산,
말 그대로 나라 안팎 모두

총체적 혼란과 위기에 봉착한 병신년이었다.

 

발행인 박인학

 

 

정녕, 망년(忘年)하고 싶은 2016년이었다. 지나간 어려움과 괴로움을 잊자는 의미보다는 한 해 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간 그리운 얼굴을 만나려는 망년회도 간간이 있었건만, 작년의 연말은 정말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송년(送年)의 마음뿐이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은 완벽하게 성공적인 수소폭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새해 벽두부터 한 방을 크게 먹이더니 북한정권 창건일인 9월 9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해 남북관계 악화는 물론 전 세계와의 대적을 천명하였다.
2016년 3월 9일, 아침나절부터 ‘달이 해를 품은’ 개기일식이 일어나더니만,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는 우리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186수만에 불계승을 거두었다. 15일까지 펼쳐진 5국에서 이세돌은 4패1승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참패를 겪어야 했고, 32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센돌(强乭)’은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고개를 숙였다.
2016년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브렉시트(Brexit)’에서 51.9% 찬성 48.1% 반대의 표결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었다. 유럽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요동쳤고, 영국에 이어, 독일은 ‘저먼론리(Germlonely)’, 프랑스는 ‘프럭오프(Fruckoff)’, 이탈리아는 ‘이탈리브(Italeave)’, 오스트리아는 ‘아우스트리아(Oustria)’, 그리스는 ‘그렉시트(Grexit)’, 체코슬로바키아는 ‘체크아웃(Czechout)’, 핀란드는 ‘피니쉬(Finish)’, 벨지움은 ‘바이지움(Byegium)’, 포르투갈은 ‘디파르투갈(Departugal)’, 슬로베니아는 ‘스로브롱(Slovlong)’, 라트비아는 ‘레이터비아(Latervia)’를 외치더니, 전 세계의 강국들은 저마다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12일, 리히터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이 지진은 기상청의 계기지진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참사를 보면서도 ‘지진 안전지대’라며 콧방귀나 뀌다 졸지에 당한 이 재해에 온 국민의 몸과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2016년 10월 24일, 한 방송을 통해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청와대 문건유출과 국정개입은 물론 문화 체육 연예계의 유착을 넘어,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의한 정경유착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온갖 부정과 비리들이 드러났다. 수백 만 시민의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이어졌고 결국은 특별검사, 국정조사, 탄핵소추에 이르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대한민국을 망가트려 놓았다.
2016년 11월 8일,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은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그의 유행어처럼, 세계인들을 향해서는 “You’re fired! 너는 해고야!”를, 자국민에게는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미친 듯이 부르짖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뱉은 말은 이것뿐이었다. “한국과 북한이 전쟁을 한다면 끔찍하겠죠. 정말 끔찍하겠지만, 행운을 빌 뿐입니다. 알아서 하세요.”
군사적으로 적에게 당하고, 과학적으로 기계에 지고, 국제적으로 세상에 놀라고, 환경적으로 자연에 흔들리고, 정치적으로 나라님에게 속고, 외교적으로 친구에 채이며 산, 말 그대로 나라 안팎 모두 총체적 혼란과 위기에 봉착한 병신년이었다. 흰 도화지에 검정 물감으로 하나 가득 그려놓은 그림을 지우개 하나 들고 지워야 하는 심정이었고, 몇날 며칠 새워가며 뽑은 도면을 파쇄기에 집어넣는 심경이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2016년을 두고 ‘MONKEY BARS 위기의 터널을 재치와 기지로 극복하라!’라 했건만 우리는 깊은 나락 속에 빠지고 말았고, 2017년을 내다보는 그의 키워드가 ‘CHICKEN RUN 비상의 날개를 펴라!’이건만 닭이 기껏 날갯짓을 해 봐야 이 까마득한 수렁에서 훌쩍 날아오를 수 있기는 요원해 보일 뿐이다.
영신(迎新)하자!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丁酉)년 새해를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맞아 보자.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으로 가금류 수 천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을 믿고 새 날을 시작해 보자.

시작은 버림에 의한 비움이 우선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제껏 손에 넣은 건 그 어느 것 하나 안 내려놓는 게, 소위 배우고 가졌다는 이들의 속성이다. 학력과 경력, 재력과 권력, 경험과 연륜, 기득권과 노하우 등 모두가 제 나름은 진땀을 흘려가며 이루어낸 인생의 귀중한 밑천이기에, 어느 하나 지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우리네의 천성이다. 그러니 날이 바뀌거나 해가 넘어가 봤자 결국 매한가지일 뿐이다.
작년 한해를 돌이켜 보건데 많은 이들에게 일생 중 자신의 고정관념이 가장 심하게 무너진 해였을 성싶다. 기존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등에 대한 모든 철학적 사고방식이 송두리째 뒤흔들렸던 모진 갈등과 번뇌의 시간이었다. 도대체 어찌 할 바조차 알 수 없는 멘붕의 파노라마요 패닉의 쓰나미 같은 악몽의 끊임없는 연속이었다.

한 아이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회중시계를 공장 안에서 잃어버렸다. 아이는 사방을 뒤졌으나 찾을 수가 없어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직원들과 함께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자 아버지는 말했다. “찾는 것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기다려보자!” 얼마 되지 않아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세상이 시끄러울 땐 조용히 있어 보아라.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게다.”
靜水流深 深水無聲 정수유심 심수무성이라!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고요함 속에 참 진리가 있는 것이다. 침묵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 후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한적한 시골농부의 마음속에 있단다. 정중동(靜中動)도 마다하고, 단 며칠만이라도 묵묵무언(黙黙無言)으로 살아 보자.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말을 배우는 데는 이 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기 위해서는 육십 년이 걸린다 하니, 일단은 나이라도 들었다 여기는 이들, 그래도 뭔가 가졌다 싶은 이들부터 잠시 함구하며 기다려 보자. 저 텔레비전도 그만 끄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지만, 결국은 들숨날숨과 같이 이어지며 들고나는 무한의 반복일 뿐이다. 나무를 보자. 무성하던 그 나무도 장작개비가 되어 숯이 되더니, 숯이 재, 재가 흙이 되고, 그 흙에 심긴 씨앗이 싹을 터 줄기와 잎과 꽃 그리고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요 섭리 아니던가. 인생이란 여느 일상들의 집합이다. 어둔 밤에도 별과 달의 빛은 있고, 흐린 낮에도 구름 뒤에 해가 있듯, 명(明)과 암(暗)처럼 희(喜)와 비(悲)는 함께 있다.
새해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어려울 게다. 그러나… Stop Wishing! Start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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