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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인테리어디자인法

없음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들도 그 ‘적폐’라는 것부터 무너뜨려 보자!

이제까지는 정녕 ‘농단’이라 할 수밖에 없었으니,

‘인테리어디자인법’이 ‘인용’되는 그 날까지,

태극기도 치켜들고 촛불도 밝히며 우리의 목소리를 외쳐 보자.

이번에도 ‘기각’은 절대 안 될 것이다.



박인학│발행인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사건의 선고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박근혜라는 일개인의 죄과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전말이 어찌 되었건 간에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 나라의 오늘을 보며, 박근혜가 밉고 대한민국이 불쌍했다. 여하튼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였고, 바람 앞 촛불 같았던 대한민국의 국운은 칠흑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어둠이 지나야 새 아침이 온다는 것만은 알기에 내일 아침의 햇살을 기다리며 살 수밖에 없지만, 그 여명까지는 끔찍하도록 긴 밤일 듯싶다.


“I am free!” 우리 디자이너들은 스스로를 자유직업 종사자라 자처 내지는 자부하며, 사장이든 직원이든 그 누구든 어떤 무엇에든 구속받는 것을 싫어한다. 웬만큼 허접한 보통내기들마저도 꺼떡하면 “법대로 해!”라며 나름의 준법정신을 내세우지만, 우리네 디자이너들은 마치 자신들이 치외법권자라도 되는 양 법과는 동떨어져 사는 이가 태반이다. 그러나 이번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임을 분명히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데에 근거한 준엄한 법적 판정이었다. 더욱이 헌법의 전문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며, 그 누구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 것을 엄중하게 고하고 있다.


우리 디자이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에는, ‘산업디자인의 연구 및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디자인을 진흥하기 위한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산업디자인진흥법], ‘건축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책무를 정하고 건축정책의 수립·시행 등을 규정하여 건축문화를 진흥함으로써 국민의 건전한 삶의 영위와 복리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건축기본법], ‘공공디자인의 문화적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가 및 지역 정체성과 품격을 제고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증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공공디자인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 3개의 법률 본문의 그 어느 구석에도, ‘건축디자인’ 또는 ‘환경디자인’이란 두루뭉술한 단어만 나올 뿐, ‘인테리어디자인’, ‘실내건축’, ‘실내디자인’이란 명시적 용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즉 법적 보호는 물론이고 책임과 의무마저도 없는 ‘법외(法外)’ 산업이며 그 언저리의 종사자라는 게 너와 나의 실상인 것이다.


이런 말을 스스로 입에 담고 싶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헛똑똑이들의 왕따 산업이 우리 인테리어디자인이다. 모든 사람들이 발 딛고, 몸을 부비며 사는 곳이 바로 우리 실내공간이건만, 이 분야에 대한 법적 근거는 전무한 게 실체이다. 불이 나거나 간판만 떨어져도, 소방이니 안전이니 떠벌이며 ‘실내장치업자'라는 이름으로 불러들이지만, 우리에 대한 산업구조적 생태계는 원시림의 상태이다. 달리 보면, 건축이라는 큰 틀과 그 안에 놓인 제품이란 산업군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배척당하며 지내온 게 우리이다. 하기야 건설과 제조라는 업역을 점유하고 있는 게 굴지의 대기업들이니, 오죽 알아서 민관합동으로 번듯하게 잘 갖춰 놓았겠는가.

‘법(法)’에 대한 사전적 해석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라며, ‘법, 방법, 꼴(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그리고 본받다’ 등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를 숭상하며 산다는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의 존재는 국가적 제도권에도 없는 무법자라는 게 결론인 셈이다. 물론 소위 법제 하에 들어가면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관련된 법이 없기에 겪는 설움은 공기관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법적 근거를 따지는 기업들과의 거래를 해보았다면 단 한 마디 항변도 못 한 채 처절한 비애와 수모를 절감한 적은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의 권리의 힘을 찾으려면, 기존의 유관 법률 안에 들어가거나 독자의 법률제정에 힘써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일개인이 나서서 국민발안이나 입법청원을 하겠다며, 머리띠를 두른 채 피켓을 들고 나서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집 짓는 법도 있고, 벤치 놓는 법도 있고, 물건 만드는 법도 있지만, 우리 인간들이 항상 접하고 사는 실내공간에 대한 적법성은 그 어느 문서에도 적혀 있질 않다.


금번 탄핵심판사건의 헌재는 선고를 내리던 계제에 ‘법의 가치’에 대한 가르침부터 우선하였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라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고 헌법을 있게 한 시작과 끝은 국민이라는 말이었다. 우리도 국민이다.

제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제22조 2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제119조 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도, 법적 보호 아래서 자유롭게 일을 하며 모든 국민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창의적 노력을 다 할 경제적 기본권을 얻어야만 한다.


“벼슬아치에서부터 민가의 가난하고 비천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법에 대한 가부를 물어라. 만약 백성이 이 법이 좋지 않다고 하면 행할 수 없다.” 세종장헌대왕실록(世宗莊憲大王實錄)에 나오는, 우리의 영원한 성군(聖君) 세종대왕이 남기신 말씀이다. 벼슬아치부터 백성까지 우리 인테리어디자인에 대한 제도적 정립과 그 분야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지난 반 년동안 불끈하고 울컥하며, 어렵사리 듣고 배운 것도 있지 않았던가? 우리 인테리어디자이너들도 그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라는 것부터 무너뜨려 보자! 이제까지는 정녕 ‘농단(壟斷: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이라 할 수밖에 없었으니, ‘인테리어디자인법’이 ‘인용(認容:인정하여 용납함)’되는 그 날까지, 태극기도 치켜들고 촛불도 밝히며 우리의 목소리를 외쳐 보자. 이번에도 ‘기각(棄却:실체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종료하는 소송)’은 절대 안 될 것이다.

이 권한만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대행케 할 수 없는 우리의 생존권이다.

방임된 자유인들이여!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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