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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새로운 땅 NAVER

없음


땅바닥 위에는 있지 않고

모바일 스크린과 컴퓨터 모니터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땅(Virtual Image Space)에서의 디자인 작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제 저 목전의 유리에 비춰지고 있는 네이버가,

우리 공간디자이너들에게도 들이닥친,

흙이 깔리지 않은 새 사이트이다.

박인학│발행인


드루킹? ‘두루킹’인가 했다. ‘빠짐없이 골고루’ 나눠주는 왕… 그런데, 아니더라.‘

드루킹’의 뜻은, 1994년 11월에 출시된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World Of Warcraft)’의 캐릭터 ‘드루이드(Druid)’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게임의 홈페이지에 축약된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모든 생명체를 박멸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 흑마법사와 계약을 맺는다 ~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을 타락시켜 피에 굶주린 종족으로 변화시킨다 ~ 인간 영웅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막강한 힘 앞에 방어는 무력화되고 만다 ~ 인간 국가의 파멸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대결구도 속에서의 드루이드의 역할은, ‘자연의 힘을 활용해 곰, 표범, 까마귀, 바다표범 등 다양한 야수의 형태로 둔갑할 수 있는 야생의 변신술사’란다. 잘은 몰라도, 나쁜 자인 것만은 분명한 듯싶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인터넷 필명 드루킹은 ‘드루이드 킹’의 약자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국내 정치 상황, 국제 정세를 다루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오랜 기간 운영하며 1일 평균 방문자가 4천 명까지 이르던 네이버의 파워블로거였단다. 블로그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는 웹 사이트라는데, 이 경우에는 선량한 자유가 아닌 해악한 방종의 독단만 가득 담긴 측간 정도였나 보다.


댓글(Reply)이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오른 원문에 대하여 짤막하게 주고받는, 말 그대로 ‘대(對)하는 글쓰기’를 일컫는다. 예부터 ‘말이 씨가 된다’고 했고, ‘말로는 못할 말이 없다’고도 했으며,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고까지 했으니, 익명성이란 가면까지 주어진 그 바닥을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뚫린 게 입’이라는데 ‘말하면 백 냥 금이요 입 다물면 천 냥 금’이라며 지그시 함구하고 있을 위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게 당연한 듯싶다.

사회현실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내세울 방도가 없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토로하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게시판의 등장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리플라이어(Replier)들이 늘어나면서, 게시판이 마치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독선을 마구 쏟아내도 무방한 ‘악플’의 공간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물론 선과 악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지만, 아무 거리낌이나 죄책감도 없이 상대방을 음해하고 파멸시키려는 악행들은 그 어떤 이유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과이다.

더욱이 그 댓글을 조작까지 했다는 것은 도저히 관용조차 베풀어 줄 수 없는 범죄이다. 조작이란 글귀 몇 줄의 단순 수탈이 아닌 한 사람의 이름 나아가 영혼을 훔치는 인격적 절도행위이다. 평생을 살다 죽어봐야 남는 건 이름뿐이라는데, 그것도 아예 빼앗아 털어가는 것도 아니라 자신의 견해도 아닌 것을 내 입을 통해 내뱉게 했음은 정녕 한 인간성을 능욕한 크나큰 강탈이다. 자기의 이름을 속이는 가명(假名)이나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借名)도 이름을 더럽히는 오명(汚名)인데, 자신의 흉계를 타인의 명의로 날조했다는 것은 명예훼손 그 자체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는 김모씨 일개인의 잘잘못을 지적하려는 생각은 결코 아니다. 어찌 보면 이 사안이 정치판과 연루되어 커졌을 뿐,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알게 모르게 무수히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IT강국 코리아란 위용과 함께 온 국민의 손에는 모바일이 들려 있고 손가락은 인터넷 위를 휘젓는 사이버서퍼(Cyber Surfer)들이 그득한 대한민국임은 돌이킬 수 없는 오늘이니, 개개인의 양심에만 간곡히 호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법적 제도 정비를 선결해야 할 것이다.

일단,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 인터넷포털 ‘네이버(NAVER)’에 대한 근본적 재고이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에 설립된 ‘네이버’의 어원은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다거나 바다를 항해한다는 의미인 ‘Navigate’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인 것이다. 즉 칠흑과 같은 인터넷 세상 21세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바른 지도가 필요하다는 극히 지고한 창업정신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배가 있고 정확한 나침반이 있어도 지도가 틀렸다면, 우리는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거나 험한 오지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매일 평균 약 2,700만 명이 방문하는 검색 점유율 1위 네이버의 사회적 가치는 지대하다. 따라서 그 쓰임새의 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에는 그만큼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네이버는 사람과 사람, 오늘과 내일,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더 큰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네이버의 기업 소개 페이지에 적혀 있는 첫 문구이다. 또 ‘고객과 관련된 정보 및 명예, 지적 재산의 소중함을 알고 철저히 보호합니다.’라는 게 그들의 기업윤리규범이라 말하고 있다. 이런 정신을 잊지도 잃지도 않고 지켜가는 ‘Portal’ 즉 ‘뒷구멍이 아닌 정문’이 되길 바랄 뿐이다.


디자인의 정의에 대한 설은 분분하나, 소정의 적확한 목적 실현을 위해 창의를 응축하여 결과를 구상하고 상세를 설계하여 실체를 제작하는 과정의 총합으로,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의 뜻인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되었고, 디자인의 3요소를 기능성, 양질성, 심미성이라 정리하고 있다. 즉 실용적이고 올곧으며 아름다운 결실을 위한 조형적 창조 작업이라 볼 때에, 우리 인간의 의식주는 물론 지성과 이성을 넘어 감성적 만족을 위한 현대인 일상생활의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21세기 정보화시대에서의 소통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과의 가시적 관계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비가시적, 심지어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가상과의 연계 즉 링크이다.


이제 디자인도 물리적 물질적 유즈(Use)만이 아닌 감정적 감성적 링크(Link)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링크란 연관, 관계, 연결의 사슬로, 굳이 현실에서의 실질적 가용을 위한 것만이 아닌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 세계 등 비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비물질디자인(Unmaterial Design) 또는 허상디자인(Illusionary Design)들도 증가할 것이다. 즉 땅바닥 위에는 있지 않고 모바일 스크린과 컴퓨터 모니터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땅(Virtual Image Space)에서의 디자인 작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제 저 목전의 유리에 비춰지고 있는 네이버가, 우리 공간디자이너들에게도 들이닥친, 흙이 깔리지 않은 새 사이트이다. 글자 정보나 얻고 그림 형상이나 퍼오던 무한리필 콘텐츠 창고만이 아닌, 우리 공간디자이너들이 일하고 벌어들이는 새 시장이 네이버일 게다. 바깥에 회사를 차려놓는 아웃링크(Outlink)가 나을지, 그 안에 작업실을 얻어 들어가 사는 인링크(Inlink)가 나을지부터도, 콘텐츠를 팔고 사는 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디자인계에도 당면한 현안으로 나타날 것이다. 태고 이래 목재, 석재, 철재로만 세우고 쌓아왔던 우리들은, 하늘 높은 줄만 알았지 이런 땅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듯싶다. 그래서 우리 공간디자이너들의 눈에는, 모니터 좌측상단에 있는 ‘NAVER’란 녹색 글자가 여전히 ‘NEVER’로만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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