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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코리언! [2012년 2월호 NO.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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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코리언!

 

 


 

 

 

박 인 학

 

물불 안 가리고 싸워댄다.

남북 당국과 동서 지역이, 남녀 성별과 노소 세대가, 

상하 계층과 좌우 정파가 모두 적대적 관계뿐이다.

어느 누구 하나도 물러설 기미조차 없다. 휴전도 없는 전쟁이다.

모처럼 마주 앉아 봐야, 결과는‘뻔’할‘뻔’자의 무데뽀 씨름판이다.

대담이란 격조 있는 TV프로그램은 이미‘끝장토론’이란 명칭을 

공공연히 쓰며 결국은‘막장’으로 끝을 맺는다.

제대로 된 이념이나 철학도 없는 주제에, 갑론을박만 하며 

호시탐탐 사리사욕만 챙기려 한다.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가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성경 창세기 13장 9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늘의 우리 눈앞에서 치고받으며 싸움질하는 자들이 떠벌이는‘좌(左)’와‘우(右)’가 아니다. 아브라함이 조카 롯에게“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먼저 택하고 나면, 남겨진 것을 내가 받아들이겠다.”고 한 순전한 이야기였다.

 


양보의 비슷한 말로 양선이란 말이 있다. 양보(讓步)란 나아갈 길에서 비켜 서 주는 것이요, 양선(讓先)이란 먼저 하기를 내어주는 것이다. “After You.”서양 사람들이‘젠틀(gentle)’향을 풍기며, 문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 먼저 들어가기를 권하며 하는 일상어이다. 처음 당(?)하면서는 솔직히 조금 역하기도 했지만, 어정쩡하게라도 웃음을 바칠 수밖에 없는‘시추에이션(situation)’이었다. 이제는 나도 외국 나갔을 때에 한(!)해서는“After You.”를 한다. 괜스레 나 혼자 어색해하며….


‘찜’해야 한다. 친구들과 맛난 것을 먹을 때에는 침부터 바르던 어린 시절의 태연함. 지하철 열차에 올라타며 빈자리 포착 시에 몸을 날릴 거리가 안 된다 싶으면 핸드백이라도 먼저 던지는 민첩함, 회식자리에서는 삼겹살이 조금 덜 구워진 듯해도 먼저 쌈 안에 꽂는 현명함, 아랫목 솜이불 속에는 가능한 한 발을 길게 뻗어 넣는 유연함, 운전하다 접촉사고가 났을 때에는 일단 뒷목을 움켜잡고 내려 삿대질부터 하고 보는 능란함이, 이 나라에서 살아남는 기본기이다. 국보다 찌개를 먼저 뜨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철이 들 즈음에 아버지들이 가전비방(家傳秘方)이라도 전수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세상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선방이 중요한 것 알지? 그리고 인생에는 단 세 번의 기회가 있단다. 이것이 기회다 싶으면 앞뒤 가릴것 없이 무조건 꽉 잡아야 한다. 이 아버지가 그때 그 일만 놓치지 않았어도 지금쯤은….”평소에 눈도 안 마주치시던 아버지가 아들놈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그윽한눈빛으로 이르시던 취중진담이었다. “누구건 괜찮은 남자다 싶으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것 알지? 자고로 여자 팔자란 남자 만나기 나름이다. 이 엄마 봐라, 네 아빠 만나서 평생….”어여쁜 딸내미의 손을 꼬옥 잡고 얼굴을쓰다듬으며 당부하던 엄마의 가슴 저미는 외마디 소리였다. 우리의 자식들은 이런 성인식에서의 애절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세상으로 나온다. 그들의 눈에는, 세상의 모두가‘적군’아니면‘아군’이었다.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이런 말도 머리에 박혔다.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아들과 오매불망(寤寐不忘)의 딸들이 사생결단(死生決斷)하며 살고 있는 세상이, 오늘의 조국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끝이 좋으면 다 좋은것 아냐?”그러나 그런 이들의 끝은 너무도 처참하기만 했다. 그러나 오늘도 그들은 외친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그것도 모자라 아무데서나‘파이팅’을 연호한다. 원래“Fighting!”은 전쟁터에서나 쓸 법한 전형적인 콩글리시이고, “Cheer up! 힘내자!”“Way to go! 바로 그거야!”정도가 운동경기장에서 쓸 수 있는 용어란다. 솔직히 말해 그것이 과연 자랑거리인지 아리송하지만, 남의 나라를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는 동방예의지국의 백의민족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그 단어는 지워야 할 듯싶다.


물불 안 가리고 싸워댄다. 남북 당국과 동서 지역이, 남녀 성별과 노소 세대가, 상하 계층과 좌우 정파가 모두 적대적 관계뿐이다. 어느 누구 하나도 물러설 기미조차 없다. 휴전도 없는 전쟁이다. 모처럼 마주 앉아 봐야, 결과는‘뻔’할‘뻔’자의 무데뽀 씨름판이다. 대담이란 격조 있는 TV프로그램은 이미‘끝장토론’이란 명칭을 공공연히 쓰며 결국은‘막장’으로 끝을 맺는다. 제대로 된 이념이나 철학도 없는 주제에,갑론을박만 하며 호시탐탐 사리사욕만 챙기려 한다. 말이 좋아 공인(公人)이지, 하나같이 속빈 공인(空人)들 뿐이다.


디자인은 양보다. 첫째, 공간에 대한 양보. 주거공간은 옆집과 위아랫집과의 소음때문에, 상업공간은 건물주와 현 세입자와의 계약 때문에, 공공공간은 내부규정의조율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둘째, 시간에 대한 양보. 언제 단 한 번도 여유 있게 잡힌 일정은 없으니 항상 난리굿이다. 셋째, 인간에 대한 양보. 클라이언트는 물론 건물주, 시공자할 것 없이 모두 모실 분들뿐이지 어느 누구 하나 호령 당할 사람이 없으니 쫓아다니다 볼일 다 본다. 양보의 기술이 디자인 사업 성패의 중점이다. 밀고 당기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외줄 위를 타는 기예이다. 단 한 발이라도 헛딛으며 끝장이다. 질보다 양? 양보다 질? 질보다 양보다!


돌아보자. 오른손? 왼손? 열 손가락 중 어느 한 손가락 끄트머리만 다쳐도, 아프고 불편한 경우는 누차 겪어봤다. 분명 한 몸에 달린 두 손이 겨뤄봐야, 두 팔만 힘들고, 몸뚱이만 생고생이다. 남들이 보기에, 허우적대고 휘청거리는 꼴은 정말 가관일 게다.


그려보자. 작은 암자의 스님이 합장하고 있는 두 손은 곱다. 기도하는 성직자의 자태는 많은 중생의 머리를 절로 숙이게 한다. 손금마저 하나가 되어 고개 숙인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며 일당백으로 그 싸움꾼들과 붙어보고 싶어 하는 나도, 똑같은 족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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