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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별 볼 일 없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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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ESIGN’을  운운하지만,  소위  한류열풍 속에서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건 식주 중 ‘주(住)’ 즉 공간디자인뿐이다.
다시 말해 내노라할만한 ‘우리의 것’이 없다는 증표이다.
심지어는 ‘인테리어’를 새로 고치면 “망한다!”는 속설까지 듣고 살아야 하는 우리 디자이너들이다.

 

발행인 박인학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가진 자, 배운 자라 자부한다면 “난, 살기 위해 먹는다!”라 거침없이 말할지 몰라 도, ‘등 따신 자’들이 주고받는 일상적 고민이 ‘맛깔스러운 배부름’이라는 증빙은, 굳이 묻고 따질 것도 없이 ‘페북’만 훑어봐도 알 수가 있다. “아침은 공주처럼, 점 심은 시녀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는다!”는 아가씨나, “아침은 걸렀고, 점심엔 점만 찍었으니, 저녁은 어쩔 수 없이 3차까지 가도?”라며 집에 와서는 라면까지 먹고 자는 아저씨들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도, 결국은 ‘밥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맛있게 먹다 가기’를 위한 명분에 불과한 듯싶다.
또 자고로 사마천이 쓴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에도 ‘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들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구절이 있는 걸 보니, 사람들의 식탐은 예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인 게 자명하다. 심지어, 하는 일 없이 먹고 놀기만 하는 무위도식(無爲徒食) 족속을 탓하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한 고민거리는 “뭘 먹을까?”, 최근 들어 가장 열심 히 들여다보신 책자가 혹시 ‘메뉴판’은 아니실는지?
오죽 하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말까지 있으랴⋯

맛집! 사전에는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집’이라 적혀 있다. 물론 이 단어를 믿고 찾 아갔다 낭패 본 경우가 부지기수이지만, 타관객지에 가서 뾰족한 수가 없으면 어 쩔 수 없이 영민한 길동무인 핸드폰을 찍어대고 마는 게 다반사이다. 아직도 아날 로그를 숭상하는 나 같은 소생은, 택시기사 붙잡고 묻기, 파출소 들어가 묻기, 노 신사분 따라가 묻기 등의 방법을 여전히 애호하지만, 네이버에 올려져있는 온갖 칭송의 문구들과 현혹의 사진들에 빠져드는 일이 점차 느는 게 솔직한 추세이다. 먹방!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에 없는 신개념들을 담아놓은 ‘오픈사전’에만 수록되 어 있는 이 단어는 ‘먹는방송’을 뜻한단다. 그러나 TV 프로그램 속에서의 그 활약 상은 대단하여, SNS 미디어 플랫폼의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시작되더니만 이제는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모든 지상파방송의 채널까지도 점령하였다. 밥 먹으며 몇 마디 말만 해도 “복 나간다!”는 불호령을 듣고 자란 세대로서는,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만이 유일무이의 희락인 듯한 세상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의식주라 하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바이다. 물론 나라에 따라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은 ‘의식주 (衣食住)’, 중국과 북한 그리고 서양에서는 ‘식의주(食衣住)’ 즉 ‘Food, Clothing, and Shelter’라 한단다. 혹자는 의식주라는 우리의 수순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 하기도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꾸민다 하여 ‘겉치레’라고 탓은 하면서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외모를 중시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 ‘목구멍이 포도청’, ‘금강산도 식후경’의 지경을 면해 삼시세끼를 채우다 보면, 슬슬 식도락(食道樂)을 운운하고, 세상에서 출세라도 하면 ‘금의환향(錦衣還鄕)’하여 ‘고대광실(高臺廣室)’ 을 꿈꾸는 게 우리네 욕망의 단계이다. 결국 외식(外飾)과 내장(內裝), 소위 디자 인이 대망의 정점인 것이다. 그런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 때문인지, ‘맛집’ 이 활개 치는 데 비해 ‘멋집’이란 말은 입에 오르지도 않는 것 같다. ‘맛있는’ 집이 그 법석이면, ‘멋있는’ 집도 부산해질 법한데, 우리나라 주방장님들이 디자이너들 수준보다는 월등하신가 보다.

‘맛집 타령’만큼 ‘멋집 신드롬’이 일어나려면, 우리 디자이너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 여야 하는 걸까? 일단, 맛집의 비결부터 들여다보자. 물론 음식맛도 중요하다 싶 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대단하다는 맛집 음식을 싸들고 집에 가 먹어 보니, ‘영 아니다⋯’ 싶었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렇다 치고! 대박 맛집에는 항상 주인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밥과 김치가 맛있고 한두 가지 쯤의 맛깔스러운 밑반찬이 있다. 메뉴는 단품인 경우가 많다. 연조는 최소한 30년 길게는 3대쯤이란다. 원재료는 신선한 토종이다. 가격은 약간은 비싼 듯하나 그 런대로 적정가이다. 욕쟁이할머니도 계시지만 나름의 정이 느껴진다. 이 정도가 전통맛집의 조건이었다면, 요즘은 덧붙여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더라. 주차장완비 나 발렛서비스 또는 전철역세권이라는 입지가 부정할 수 없는 요건이다. 아무리 한식이라도 좌식만을 고집해서는 키높이구두를 신은 남자와 부츠 신은 여성고객 들에게 손사래를 당한다. 절대 믿지는 않는다고들 하지만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관리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또 무한리필 서비스!
점차 ‘육(肉)의 양식’에서 ‘영(靈)의 양식’을 찾는 게 고객들의 트렌드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조항들을 갖춘 디자인회사들은 얼마나 있을까? ‘K-DESIGN’을 운운하지만, 소위 한류(韓流)열풍 속에서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건 의식주 중 ‘주(住)’ 즉 공간디자인뿐이다. 다시 말해 내노라할만한 ‘우리의 것’이 없다는 증표이다. 심지어는 ‘인테리어’를 새로 고치면 “망한다!”는 속설까지 듣고 살아야 하는 우리 디자이너들이다.

“식탁 마감재의 촉감이 매우 중요하다. 뜨거운 음식이 올려지면 식탁이 얼마나 뜨 거워질지를 미리 가늠해 본다.”
“손님은 단순히 밥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다.”
“맛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등 오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코트를 벗고 테이블에 앉는 과정의 동선조차 경 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입구가 도로변에서 약 12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은, 시끄러운 자동차로 가득한 길가에서 바로 문을 열고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게 아 니라 이곳을 경험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매년 큰 비용을 들여 리노베이션하는 이유도 사실 고객보다 직원을 위한 것이다. 고객은 우리가 리노베이션을 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 하는 직원은 확연히 알 것이다.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항 상 발전하고 진화하는 곳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 이야기는 어느 저명한 디자이너의 거창한 디자인 철학이 아니다. 한국인 최초 로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 최고점인 별점 셋 ☆☆☆을 받은 샌프란시스 코의 프렌치 퓨전레스토랑 베누(BENU)의 오너이자 셰프인 코리 리(Corey Lee, 이동민)가 늘어놓은 이야기이다. 그럼, 우린 별 볼 일 없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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