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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S

누구를 위한 디지털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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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상은 디자이너에게 유리한가?-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서울디지털포럼(SDF) 행사가 시작한지 아홉 해가 되었다. SDF는 혁신을 이루어낼 영감을 공유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와 디지털 시대의 지식격차 해소, 사회문제 해결, 경제발전에의 기여를 목적으로 삼고, T I M E +산업과 주요 글로벌 이슈들에 대하여 논의해 왔다. 초창기 주제들이‘디지털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미디어 빅뱅’등 주로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 비해 5회 이후부터는‘상상력’이나‘스토리’등 주제선정에 보다 서정성이 담기기 시작 하였다. 지난 주제는‘초 연결사회(Hyper-connectivity)’ 였는데, 올해의 포럼에서 오고 가게 될 이야기들을 호기심과 걱정이 뒤섞인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기억을 되돌려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인터넷 그물에 걸린 우리들(Shallows-The mind in the net)”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반전(反轉) 가득한 기조연설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을 둘러싼 신기술환경에는 부정적 영향이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로, 인터넷 사회의 초 연결성으로 인해 넘쳐나게 된 정보들이 인간의 정서와 사고방식, 세계관과 소통방식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멀티’기술이고,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를 타인 또는 다른 세상과 ‘연결’하는 기술이기에 본격적인‘소통’의 기술이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필요요소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요소도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의 특징을 사람들은 종종 구별하지 않은 채 지난다. 방해꾼이 난무하여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산만한 환경이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인터넷의 자랑거리는‘속도감’이기도 하다. 어떠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에 반응하는 속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편지를 받으면 읽고 생각하고 답장을 쓰고 또 다시 답장을 받는 데 까지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정보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너무 적응이 되어 오히려 반응이 늦어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지경에 마저 이르게 되었다. 우리가 시간을 대하는 개념이 변하였다는 사실의 증거이다. 이러한 분위기는‘Book A Minute’와 같은 사이트를 화제 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지구상 최고의 비극으로 인정받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안에서는“오! 줄리엣~”, “오~로미오”몇 번을 불러대는 것으로 완료 된다. 웃고 넘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기분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



우리의 역사에는, 기술이나 도구가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집중력을 퇴화시킨 사례들이 존재해왔다. 소위‘지적 기술-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교환하거나 우리들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인간의 여러 가지 사유 방법 가운데 어떤 것은 강화하고 어떤것은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개인과 사회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누군가의 발명에 의해 지도가 탄생한 이후, 인류는 공간을 파악하기 위해 감각을 곤두세웠던 자신의 눈과 귀 대신 추상적 그림(abstract picture)에 의지하게 되면서 추상적 사고(abstract way of thinking)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역사는 시계, 문자, 책, 텔레비전등에서 또 찾을 수 있고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오늘날의 인터넷 또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강화시키는 사고는 무엇이며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웹과 디지털 미디어가 강화하는 사고방식은 비디오 게임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모의 전쟁 등 복잡한 전략전술 게임과 같은 것을 즐길 때 나타나는 사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검색이나 비디오 게임 등을 즐길 때는 시각적인 기술과 관계가 깊은 특정 사고방식이 강화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화면상의 수많은 정보를 주시(注視)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증진된다는 것으로 인간능력의 향상에 관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와시마류타 박사의 두뇌훈련법 연구에 의하면, 이렇듯 첨단 기기를 통해 온 몸을 사용하며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놀랍게도 단순 계산을 반복할 때보다 훨씬 더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뇌의 전두 연합령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을 볼 때에는 전두 연합령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니, 인터넷 검색 등에서 온전한 집중력 없이 무심하게 훑어 내려가며‘F 패턴’으로 화면을 읽는 경향은 뇌를 거의 쓰지 않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임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사고 영역들 중 웹에 의해서 는 자극을 받지 못해 그 능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이는 정보를 끊임없이 입수해대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정보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으로, 웹에 의한 활동으로는 전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간의 지적인 삶에 변동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는 하다.


이상의 모든 현상들은 미국 발달심리학계의 대표 학자인 패트리샤 그린필드의‘교환현상(The

trade-off)'으로 정리될 수 있다.


스크린과 디지털 미디어 그리고 웹은 시각 및 공간 지각력을 향상시키며 여러 대상을 동시에 파악하는 능력을 강화한 반면, 깊은 사고력은 점차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지식 습득, 논리적 분석력, 비판적 사고, 상상력, 명상, 반성 등의 깊이 있는 사고력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길수록 또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juggle)할수록 쇠약해져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인터넷 환경 속에서 버틸 수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내내 집중을 할 수도 없겠지만 지속적인 주의집중을 요구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은 그렇지 않다.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독서라면 평소의 두 세배 이상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있는 신기술환경 속에서 잘못된 방식의 멀티태스킹 습관으로주의(注意)를 계속 분산시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고, 우리의 두뇌는 다시 집중이라 는 것을 할 수 있기까지 어떠한 방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디자이너는 실제로 어느 가치를 더 잘 소화해야 하는가? 두 가지의 사고방식을 넘나든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만약 어린 두뇌들이 점점 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네트에 걸린 shallows가 되어 가볍고 순간적인 정보의 교환에만 익숙해져 간다면 새롭게 거듭되어 갈 밀레니엄에서 세상의 생각의 주인은 누가 되는 것인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술은 안겨주었지만 홀로 생각하는 법이나 사색과 반성과 성찰의 방법은 열심히 가르치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을 골라내는 눈을 키우고 서로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을 엮어 가치 있는 무엇을 생산해 낼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지난 삼월, 새내기 디자인학도들의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이미 풀어 놓았던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오늘날의 디지털미디어문화의 시대는 사색(deep thinking)이 아닌 shallow thinking(한 번에 한 가지씩 주제에 깊이 집중하지는 않으나 방대한 데이터를 단번에 신속하게 훑어볼 수 있는 인식방식)을 더 필요로 하는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능력이 현대 사회에 어울리는 핵심 기술을 뒷받침하여 또 다른 발전을 선동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명상이나 성찰이 효과를 발휘하기 이전에 빠른 정보의 발견과 교환이 각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지금 우선은 신속한 사고가 최선이라고 결론짓게 되었다면 그 결과로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만큼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또, 장기적 안목에서‘집중력’이 개념적 사고와 개인의 지식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문화는 인류의 집중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경이로운 예술 작품과 위대한 철학적, 과학적 업적이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두려운 것은, 우리의 집중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아름다운 문화의 원천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신기술이 도입되어 효과가 뚜렷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흐름이 조성되면 금세 기존의 방식을 모두 대체해 버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곤 하였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다. 2009년 시카고 대학은 종이에 인쇄되었던 학술지들이 온라인으로 게재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다. 도서관에서 일일이 자료를 들춰보지 않고도 더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니 학자의 연구 폭이 더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학술논문과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되자 실제로는 인용범위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자들 대부분이 같은 검색엔진에 접속하였기 때문이었다.



엔진검색의 결과는 인기도와 영향을 주고 받아가며,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예전보다도 더 작은 범위의 정보 소스에 몰리게 된 것이다.



스스로 내용을 판단하고 선택하기보다 화면상의 커뮤니케이션에 마음을 빼앗기는 오늘이 되고 말았다. “좋아요”가 몇 개 카운트 되었는가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가? 이것이 바로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아이러니 중의 하나이다.



인터넷은 대개 방대한 정보의 출입구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인기도에 기반을 둔 필터링 도구에 이끌려 결국 작은 범위 내의 똑같은 정보를 찾게 되는 경우를 너무나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므로 디지털 정보가 인류의 시야를 넓힐 것이라고 쉽게 장담하거나 확언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축소되거나 반작용을 부추기는 사례들을 수도 없이 발견하게 된다.



‘인포메이션’의 허상, 지식을 앞서기 시작한 정보의 위상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그 이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정보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나아지고 얼마나 달라지는지 지식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디자인포럼의 목적 중에서 내 마음에 계속 맴도는 것이 있다. 디지털시대의 지식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기특한 주제이지만 본질을 놓친 채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기에도 참으로 쉬운 주제이다.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고,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한 사회일수록 정보의 습득정도의 차이가 더욱 극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학 기술은 우리 사회의 한 가운데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 구조 속의 다양한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공존 - 기술, 사람 그리고 큰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릴 올해의 서울디자인포럼이 이러한 현실을 진심에서 염려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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