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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디자이너의 헛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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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디자이너의 헛 디자인  

박인학 


디자이너란 족속들은, 노상 헛소리만 늘어놓다, 기어코 헛짓거리를 저지르더니,

괜한 헛고생 하면서, 결국 헛걸음질만 치며 다닌다는 헛소문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헛일이란 실험이고 시도이다.

하기에 거짓이 없는 참된 헛수고가 필요하다.

허깨비 놀음이라도 해야 도깨비 방망이가 생긴다.

그렇지만 절대 거짓부렁을 해서는 안 된다.

도깨비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이니까.

 


“추기경님은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시는 거예요?”어떤 외국인 손님들과도 항상 자 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가시는 걸 본 지인들이 김수환 추기경님께 물었다. “난 두가지 말을 잘 하는데…”특유의 무구한 표정을 지으시며, 한 번 맞춰보라 하셨다. ‘일제강점기에 사셨으니 일본어,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으니 독일어, 신학을 하셨으 니 라틴어, 영어 하시는 걸 자주 보았다며 영어…?’. 나름 좀 안답시고,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태며 거든다.“ 전부 틀렸어.”장난기 서린 야릇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게 뭐냐 하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지.”정녕 우리의 추기경님마저도? ‘아무렴 참말이셨겠지…?!’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참말과 거짓말 사이에서 헤맸던 가을과 겨울이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들은 대선주자들의 얘기들 모두가 참말이었고, 이 세상이 그 말대로만 된 다면 지상낙원이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이들조차 기억하지 못할 게 고, 들었던 이들도 애당초부터 믿으려 안했던 것 같다. 그저‘대국민 믿거나 말거나 아이디어&제스처 경연대회’정도의 수준? 여하튼 모두 다 생고생들 많았다.


“크레타섬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다.”BC 6세기 그리스 크레타섬에 살던 현 인 에피메니데스(Epimenides)가 한 말이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끄덕이다 보 니, 뭔가 이상하다.“ 왜?”만약 그의 말이 참이라면, 그 역시도 크레타 사람이므로 이 말은 거짓. 그러나 이 말이 거짓이라면 같은 논리에 의해 크레타 사람들의 말은 참말인 게 되니, 그의 말 역시 다시 참말이 된다. 이른바‘에피메니데스의 패러독스 (Paradox)’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는 뱀처럼 끝없이 꼬일 수밖에 없는 역설이다. 2013년은 뱀의 해다. 그것도 흑사(黑蛇) 띠의 해란다. 뭔가 스산한 기운이 도는 느 낌이다. 그러나 뱀을 숭상하지 않은 민족은 없었을 정도로, 인간과는 오랜 연을 맺 고 있는 존재이다. 지혜, 행복, 수호, 치유, 다산(多産)의 상징이라고도 했고, 허 위, 유혹, 사악의 상징이라는 길조와 흉조의 양극을 다 가진 영물(靈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양에서는‘Snake in the grass’즉‘풀 속의 뱀’을 두고, ‘친구인 척하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 말하는 걸 보니, 여하튼 조심하는 게 좋을 듯싶다. 그런데‘친구인지? 아닌지?’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데…? 딜레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안 되면 말고…”가 판치는 세상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우리의 아리랑이 자국 의‘국가무형문화유산’이라 우기던 중국의 억설을 제치고, 우리의 것임을 국제적으 로 입증 받았다.‘ 떼려야 뗄 수 없고,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우리의 아리랑이, 지 난 12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Representative List)’에 등재되며,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트위터리안들은‘세상이 얼어붙은 날의 가슴 뜨거워지는 소식’,‘ 아리 랑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 모두를 하나로 엮는 정신적 감성적 끈이었죠.’라며 기쁨 을 나누었다. 우리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것도 이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 사건이었다. 진실이 진실로 여겨지기도 공증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온전한 참말도 완전한 거짓말도 없다. 어찌 보면 단지 진위에 대한 경중의 차등이 있을 뿐이다. 참말은 신중하게 하는 말, 거짓말은 경솔하게 하는 말 정도의 차이라 할까? 문제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였고, 어디를 향해 노력하느냐가 관건이다. 발전이란 현재의 거짓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이룩하기 위한 바른 정진이다. 이런 부류 중의 하나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가상을 현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자기 자신도 믿기 어려운 가설을 내세우고 모두가 탄복하는 실체를 지어내는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디자이너란 족 속들은, 노상 헛소리만 늘어놓다, 기어코 헛짓거리를 저지르더니, 괜한 헛고생 하면 서, 결국 헛걸음질만 치며 다닌다’는 헛소문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 의 헛일이란 실험이고 시도이다. 하기에 거짓이 없는 참된 헛수고가 필요하다. 허깨비 놀음이라도 해야 도깨비 방망이가 생긴다. 그렇지만 절대 거짓부렁을 해서 는 안 된다. 도깨비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이니까.


자기 스스로를 기회주의자라 자칭하는 리처드 혼(Richard Horne)의 저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1가지>를 보자. 그럴 듯한 것도 많지만, 얄궂은 것도 많다. 부모님 안 계실 때 집에서 파티 열기, 거리에 낙서하기, 경찰에 체포되기, 고급식당 에서 돈 안 내고 도망치기, 분수에 넘치는 비싼 물건 사기, 근사한 파티에 초대장 없이 들어가기, 짓궂은 장난으로 골탕 먹이기, 술집이나 바에서 출입금지 당하기, 한밤중에 알몸으로 수영하기 등등의 헛짓!


2013년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적어보자. 탐나는 거짓을 신나는 진실로 이루기 위한 신년목표를 정해 보자. 너무 골머리 썩일 그럴싸한 것만 쓰지 말고, 쓰 잘데기 없어 보이는 것도 끼어 넣자. 리처드 혼의 101가지 중의 끄트머리쯤엔 이런 참짓들도 있다.

‘자기 죄를 고백하기!’또‘뭔가에 자기 이름을 붙이기!’ 

그래, 오명이나 악명이면 곤란하니, 참되게 살자. 헛짓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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