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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은 난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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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은 난 몰라요  

박인학 


스펙이란 단어를 알고 보면 더욱 슬퍼진다.

설명서, 명세서, 내역서, 시방서쯤이다.

자기 스스로 선택한 노비문서라면, 심한 것일까? 신체포기각서라면, 과한 것일까?

정말 아이러니하다. 왜 다음에 행복하려고 지금은 불행하려 하는지?

도대체 이런 불합리한 모순덩어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바보 아니면 미친놈인 게 분명하다. 멍청하거나 돌았다.

 


스펙! ‘취업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 한단다. 취업을 위한 족속들의 원조이신 고시공부에만 매달리던 신림동의‘고시(考試)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공시(公 試)족’,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나 고시건 공무원시험이건 우선 붙고 봐야 한다는‘고 공족(考公族)’, 교사임용고사를 준비하느라 학원가를 전전하는‘교직낭인’, 시간 을 아끼느라 밥을 먹으면서 공부한다는‘밥터디족(밥+Study)’, 더 좋은 직장 이 직과 더 나은 대학 편입을 꿈꾸는‘에스컬레이터족’, 취업경쟁 때문에 졸업을 미루 고 학원에 다니면서 다시 기회를 엿보는‘캥거루족’이나‘NG(No Graduation) 족’에, 스터디그룹의 수호를 위해 캠퍼스 커플(CC)을 제거한다는‘CCC(Campus Couple Cutter)’까지… 이런 족(族)들 시리즈도 이미 한물간 고어란다. 너무 슬 프다. 처절하다 못해 처참하다.


현생세인들의 대세는 소위‘스펙쌓기’뿐이다. 애어른 할 것 없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온갖 경력들을 쌓겠다고 난리들이다. 분식점 메뉴보다 더 많은 간판을 내걸려 고 목을 매달았다.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온갖 자격증 취득시험 준비와 외국어 공부에 매달려 사는 그들을 위해 국립국어원은‘스펙족’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었단 다. 오직 내일만을 위해 오늘을 산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불행을 자초하며 감내한다. 당연지사인 양.‘ 미래의 오늘’을 위해? 그럼‘그 오늘’에선 또 무엇을 하 게 될까? 또‘그 오늘의 내일’을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치며 몰아붙여 닦달하겠 지.“ 넌 대체 뭐가 되려고 이렇게 사는 거냐?”너무 가엾다. 비참하다 못해 무참하다. 


스펙(Spec:Specification)이란 단어를 알고 보면 더욱 슬퍼진다. 설명서, 명세 서, 내역서, 시방서쯤이다. 자기 스스로 선택한 노비문서라면, 심한 것일까? 신체 포기각서라면, 과한 것일까? 정말 아이러니하다. 왜 다음에 행복하려고 지금은 불 행하려 하는지? 도대체 이런 불합리한 모순덩어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바보 아니 면 미친놈인 게 분명하다. 멍청하거나 돌았다.


요즘 내 특강의 주제는‘노력하지 마라!’이다. 욕할 게다. 그러나 그 논지(論旨)는 최소한 자기비하, 자기책망, 자기혐오, 자기학대까지는 말자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나 자신이라는 인간, 오늘이라는 시간, 내 가정과 일터라는 공간을 귀하고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못한 나, 불만족스러운 오늘 때문에 내 일을 불안해하고, 좁고 낡은 내 집 때문에 내 몸과 맘을 미워하며 괴롭히고 있다. 너무 분하다. 참담하다 못해 참혹하다.


내일의 승자가 되기 위해, 오늘의 패자를 자초하지 말자. 오늘의 전쟁에서 죽으면 그만 아닌가. 제발 신세타령 좀 집어치우고 오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자. 사서 고 생만 하지 말고 그냥저냥 즐겨보자. 생고생 그만 하고 그럭저럭 놀아보자. 오늘의 행복을 이루어내기 위한 수고도 그리 녹녹한 건 아니다. 얽어매기 만만한 24시간이 절대 아니다. 하루에도 인생 희로애락과 세상 흥망성쇠가 피고 진다. 해도 뜨고 달 도 진다. 금일지사(今日之事)에도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老) 거리가 그득하다. 1분만 숨을 못 쉬어도 죽을락 말락 하는데, 24시간 86,400초면 희비의 쌍곡선을 몇 번은 그렸다 지웠다 할 만한 일월(日月)이고, 길흉화복이 돌 만한 건곤 (乾坤)이다. 오늘이 쌓인 게 일생이다.


‘손탁 커넥터를 다룰 줄 아는 전기기술자 구함’미국의 한 일간지에 이런 구인광고 가 실렸다. 급료도 괜찮고 성과급도 준다고 했다. 지원서는 170건이나 접수됐고, 지원자들은 한결같이 그 기기의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가짜! 손 탁 커넥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기기였다. 파리 떼처럼 몰려든 그네들이 바로 스펙만을 신봉하는 족속들이다. 앞뒤 안 가리고 똥오줌 안 가리는 안쓰러운 패 거리일 뿐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 봐야 스펙은 겉일 뿐 속은 아니다. 과거의 기술 적 자취이지 미래의 창의적 착상은 아니다.


현대 디자이너들이 과도하게 집착하는 게 소위 트렌드(Trend)이다. 즉 그‘움직이 는 방향인 동향(動向)’과‘재촉하는 힘인 추세(趨勢)’의 눈치코치만 보고 있다. 변 화의 낌새를 알아채고 무리의 성향을 파악하려다 보니, 정작 지금 나 자신이 서 있 는 발바닥 밑이 땅 위인지 물 위인지, 머리꼭지 위가 맑았는지 흐렸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유행(流行)! 흘러가는 물결만 가늠하려다 당장 내가 처한 물구덩이와 소용돌이는 못 보는 형국이다. 오늘이 전후좌우만 재며 우왕좌왕하라고 있는 곳은 아니다. 오늘만이 실존이다. 그놈의‘탈(脫)오늘 신드롬’편집증에서 탈출해 보자. 오늘이란 하루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바로 그날이란 말이 있더라. 진정한‘GOOD’디자인은 시공(時空) 초월의 창의이다. 디자이너는 어제를 위해 굿을 벌이는 무당도, 내일을 위한 괘를 집는 점쟁이도 아니다.


No Sweat, No Sweet. 땀 없는 달콤함은 없단다. 노력은 하자. 그러나 내게 걸맞는, 내가 즐거운, 나답고 나스러운 노력들을 하자. 못하는 것, 잘 안 되는 것, 하기 싫은 것만 골라 하는 노고는 노력이 아니다. 남들이 좋다 한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아무 리 산해진미(山海珍味)라도 내 입맛에 맞아야 진수성찬이지, 아니면 맵고 쓴 천신만 고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안경테도 중요하지만 내 눈에 맞는 도수가 더 중요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했다. 그러나 즐거울 낙(樂)이 아닌 떨어질 낙(落)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오늘의 나와 행복을 나누자. 흥겹고 신나는 노력만 하자. 즐기기만 하기에 도 인생은 너무 짧다더라. 행복해야 행복하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 오늘 과 살자. 남은 인생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오직 오늘 뿐 이다. 심지어는 지금이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 원래 욕심은 만족을 모른단다. 어찌 보면 행복은 점(點)이지 선(線)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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