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s Korea

DESIGNER

기사 정정 및
광고 문의
02) 3443-3443
9:30 ~ 6:30
토.일 공휴일 휴무

[DESIGNER'S SECRET] 임태희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2014년 10월호 337]

Lim Tae Hee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www.limtaeheestudio.com

현재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대표로 공간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근대건축 보존과 리노베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 Kyoto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는, ‘약한 건 축’과 ‘자연스런 건축’, ‘AT*10’ 등이 있다.


책상과 연필
나는 연필이 좋다.
사각사각 종이를 스치는 감촉이 느껴지는 기분도 좋고, 칼날 에 의해서 만들어진 연필 심지의 각도에 따라서 글씨의 모양 이 결정되는 예민함도 좋다. 내 기분에 따라서 들쑥날쑥 만들 어진 제각각의 연필 머리 모양들이 어쩐지 사랑스러워서 좋 지만, 으스대지 않는 소박함의 미학도 좋다. 그런 연필의 장 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바로 연필을 깎는 시간이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이면 책상 위 연필꽂이 의 수많은 연필을 가지런히 깎는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도 가지런히 차분하게 정리되곤 한다.
이러한 사물이 때때로 공간을 만들어가고 삶을 채우고 공간 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 같아서, 나는 사물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곤 한다. 때때로 공간을 만들고 사 물들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을 넣을 공간을 만든다 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연필을 올려놓을 책상이 필요 하고 내 책상이 내 자리를 만든다.
연필이 있는 내 책상은 아주 작다. 길이가 1.2m밖에 되지 않 지만, 빨갛고 귀여운 책상이다. 1950년대 Tolix에서 생산된 빈 티지 책상으로 원래는 야외용 가구였는지 철제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 구멍(파라솔을 꽂았을 듯한)이 뚫려 있다. 내가 선 택했다면 결코 결정하기 힘든 색인 빨간색에 대한 서양인들 의 자유로운 색감이 나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 같은 기분도 좋지만, 여러 번 거칠게 반복된 도장이 시간과 벗겨지고 녹 슬면서 그 켜켜 시간의 흐름이 얼핏 들여다보이는 깊이가 좋 다. 내 책상 등 뒤에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 무로 만들어진 긴 테이블이 있고, 내 지식의 허영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내 지식 크기의 양보다 훌쩍 넘는 양의 많은 책 이 어지럽혀져 있다. 부끄럽게도 한 번도 펼쳐본 적도 없는 책도 있지만, 여행하면 책만 사는 버릇의 이면에는 내심 이 무거운 책들을 끙끙거리며 들고 돌아오는 죄값을 통해서 내 지식의 부끄러움에 대한 면죄부로의 의미도 있으리라.
들쑥날쑥 연필이 주는 작고 꼬물꼬물한 감상들, 작은 책상이 주는 시간과 깊이에 대한 고민, 산만큼 쌓여있어 다 읽지도 못 한 책들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바로 지금의 내 자리이다.



 

 

 

 

 



■ 기사 더보기

MY MENU